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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

메리 포핀스 리턴즈 / 롭 마샬


" 모든 것은 가능해, 불가능까지도."



  사실 나는 영상화된 <메리 포핀스> 시리즈에 익숙한 사람은 아닌데, 전에 본 <세이빙 MR.뱅크스>나 어릴 적 읽은 책 본문을 떠올리자니 마구 서러워지고 눈물이 났다. 어느새 어른이 된 마이클과 제인이 과거의 그 멋진 일들을 모두 잊고, 그냥 상상이었다고 할 때 참을 수 없이 서글퍼져서 어깨를 떨면서 울었다. 그날 근처에 앉아 나를 보던 사람들은 좀 황당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울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어서… 계속 우는 바람에 좀 난감했다. 손수건을 챙겨갈 걸.


  뮤직홀에서의 장면들은 한 군데도 버릴 데 없이 완벽하고, '톱시'의 가게 세트며 배우 연기도 참 좋았다. 톱시는 딱 그 장면에만 나오는데, 톱시 캐릭터와 톱시의 가게를 만드는 데 굉장한 수준의 인력과 예산이 동원됐다는 트리비아를 읽고 놀랐다. 메릴 외에도 짧게 나오는 캐스트들 모두 다 좋았다. 


  롭 마샬… <숲 속으로> 당시에 대단한 쓰레기를 만들었군요, 생각했는데 이 영화는 꽤 좋은 것 같다. 사실 유년 시절의 추억 보정으로 이렇다 저렇다 말 얹기가 무서울 정도로 감동했지만, <숲 속으로>의 주연이 둘이나 출연하는데도 이렇게나 결이 다른 게 재밌다 싶긴 하다. 장면들 하나하나가 씹으면 새큼한 딸기잼이 나오는, 어릴 적 자주 사 먹었던 분홍색 풍선껌 같다. 


  결말을 보면서 이것 참 백인 중산층 가정을 위한 영화구나 싶은 마음이 떠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그래서 눈물이 말라서 끈적해진 얼굴로 다분히 불쾌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아무튼, 다시 돌아온 메리 포핀스는 누가 뭐래도 옳다. 나는 그 사람의 씨니컬하고 세심한 면면들을 한 순간도 꺼려한 적이 없다. 거기에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디즈니 2D 캐릭터들과 함께하니 더 좋았다. 


  흔하고 뻔한 스토리텔링에도 눈물을 쏟으며 감동하게 되는 이유를, 유년에의 애착을 제외하고는 달리 찾을 수가 없다. 나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할 것들을 제법 열렬히 사랑하는 모양이다. 옆옆자리에 앉았던 네다섯 살 즈음 됐을 어린아이를 보며 그 아이도 자라 이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유년을 사랑하게 되길, 속으로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