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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

디센트 / 닐 마샬

  이 영화의 가장 멋진 점은 여자 6명만 나온다는 것. 무섭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어서 언젠가 봐야지, 봐야지 했는데 드디어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밌게 봤다. 그렇게 겁이 많은 편은 아닌데 오밤중에 비명까지 지르게 만든 영화.


  캐릭터 6명의 관계성과 디테일한 감정선에 기대고 있는 부분이 많다. 크리쳐가 나오는 영화라지만 정작 크리쳐는 러닝타임이 반이나 지난 후에나 등장하고, 극 중 서스펜스를 이끌어가는 건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이랄지 감정인 듯. 그래서 단순한 괴수(?) 영화라기 보다는 '사라'의 무의식과 정신분열에서 오는 스릴러 영화로 독해하는 편이 자연스럽기도 하고 더 재밌다. 엉터리 속편 때문에 이런 해석이 다 무너졌지만 난 속편 안 봤으니까 저 해석이 맞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려고…….


  <에이리언>도 좋아해서 대강 그런 느낌이겠거니 생각하고 봤는데 크리쳐가 예상보다 너무나도 인간형이어서 당황했다…. 앞서 말한 비명이 터진 부분이 어디냐면, 크리쳐가 제대로 등장한 첫 장면이었는데 너무나도 인간형이라서 놀란 거라 그 후에 나올 땐 적당히 정도 들고 무섭지도 않아서 잘 볼 수 있었다. 크리쳐 관련해서 기분이 팍 더러워졌던 부분은 여성형 크리쳐가 나왔을 땐데 왜 어떤 생명체든 여성기를 가지게 되면 갑자기 머리털이 부숭부숭 돋아 긴 머리가 완성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남자들은 탈모 때문에 머리털이 다 빠졌다고 생각하려고 함.


  결말이 탁월하게 좋았다. 역시 공포영화는 이런 맛이 있어야지. 속편의 존재를 깡그리 무시하고 볼 수록 더더욱 좋은 영화였다. 여자 좋아하고 극한상황 좋아하고 공포영화 좋아하면 호불호 없이 재밌게 볼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