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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

유빙의 숲 / 이은선

  「귤목」과 「유빙의 숲」 읽었다. 아주 아주 먼 데까지 빙빙 돌아갔다 마침내 귀결되는 이야기들. 담아낸 이야기나 문체가 읽기에 편한 건 아니라서 읽는 데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2010년대의 문학은 세월호 이전과 세월호 이후로 나뉘어진다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귤목」과 「유빙의 숲」은 그러한 생각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견고한 증거이다. 


  「뼈바늘」을 읽는 중인데 이 단편도 참 많이 아프다. 쓰다가 몸이 상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픈 이야기들인데, 돌이켜 보니 내가 읽는 한국문학이란 죄다 아픈 이야기밖에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왜 자꾸만 아픈 것들에 열광할까. 그러면 꼭 환부가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시적인 문장들이 눈에 띄고, 조금 뜬금없게 느껴질 수 있는 비현실적인 요소들이 아주 현실적인 것들과 잘 결합돼 막장에서는 매끄럽게 이어진다. 제주에 관한 말이 참 많은데, 문득 제주에 가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그러기엔 너무 마음이 시릴 것 같아 그만두었다. 찬찬히 이번 달 안에 완독하는 것이 목표. (2019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