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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

박화영 / 이환


" 엄마한테도 엄마 같은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어. " 




 작년 여름부터 봐야지, 봐야지, 오래 미뤄두다가 올해 2월에 들어서야 봤다. 지난 시상식에서 주연을 맡은 김가희 배우에게 신인여우상이 돌아가지 않은 것과 심사위원 채점에서 <박화영> 및 출연 배우를 향한 득표가 현저히 낮은 것을 대단히 아쉬워 하는 반응들을 자주 봤는데, 평론가들의 떨떠름한 반응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닌… 그런 느낌의 영화였다. 영화 속에서의 김가희 배우는 대단하지만, '박화영'이 아닌 모습을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고 해야 하나. 적어도 영화 안에서는 그 배우의 다른 얼굴을 찾을 수가 없는 점이 평론가들의 미지근한 반응과 연결된 듯하다. 


 작품 자체도 뭐… 평론가들이 좋아할 형태는 아니다. 심오한 메타포 같은 것은 없고, 감독의 의도대로 하이퍼 리얼리즘을 필두로 한 과도한 현실성(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일정 수준 이상의 불쾌감)이 주된 장점이며 사실 그게 전부라고 봐도 될 법하다. 이런 종류의 영화는 대단히 기분 나쁘고 역겨우면서도, 왜인지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압도감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수준의 압도감은 없었다. 눈을 떼고 싶으면 그냥 떼도 되겠다, 끄고 다른 영화를 봐야지, 생각할 수 있는 수준. 감독의 첫 연출작이니 대강 이해해주려 한다.


 한국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분 나쁜 감각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여실히 담겼다. 어떤 느낌이냐면…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중 서울을 배경으로 한 장면들에서 그런 감각이 강하게 담긴다. 굳이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한국 영화를 몇 편 정도는 봤다, 하는 사람들은 어떤 종류인지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을 듯싶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없었고, 그저 '화영'을 딱 한 번 안아줄 수 있다면 좋겠거니 생각했다. 엄마가 뭐길래, 보는 내내 그 생각은 자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