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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

옥상에서 만나요 / 정세랑

 붙잡고 딱 한 번만 물어보고 싶다. 이런 글 대체 어떻게 쓰는 거예요?


 수록된 단편들 속 상상력이 모두 기발하고 통통 튀어서 창의력이란 게 바닥난 사람으로서는 그저 감탄만 하면서 읽었다. 2010년대의 한국 문학은 더 이상의 다양성을 뽑아내기에는 수명이 다 했고, 그저 이미 존재하는 것을 어떤 식으로 나타내는가가 관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세랑이 가져오는 이야기들은 그런 건 다 말도 안 되는 오만이라고 반박하는 것 같다. 내 취향에 맞았던 건 「이혼 세일」이고 아주 좋았던 건 「웨딩드레스 44」지만 창의력으로는 「해피 쿠키 이어」가 압권. 표제작인 「옥상에서 만나요」도 정세랑 특유의 발랄함과 기발함이 잘 담겨서 좋았다. 


 등단 이후 첫 단편집이니만큼 아주 꾹꾹 눌러 담겨져 하나같이 밀도가 높다. 내가 꼽는 정세랑의 최애작은 여전히 『이만큼 가까이』지만, 정세랑의 가장 큰 강점은 작가만의 창의력이라는 걸 부정할 수가 없어요. 참 발랄하고 통통 튀고 PC함으로도 100점인 귀중한 소설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