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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

어떤 계절은 노래로 온다

 소양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음악에 대해 잘 아는 것도, 크게 좋아하는 편도 아니다. 다만 노래가 가지는 계절감을 다소 강박적으로 맹신하는 경향은 있다. 가령 레드벨벳의 '여름빛'과 여자친구의 '물꽃놀이'는 필히 여름에만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여름이 아닌 계절에는 곧 죽어도 듣지 않는다. 그 노래에 담긴 계절의 이미지, 감각, 기억이 흩어질까 봐 우려하는 것이다.


 악동뮤지션의 <사춘기 下> 앨범은 반드시 겨울에만 들어야 하고(특히 수록곡인 '생방송', '집에 돌아가는 길', '그때 그 아이들'은 무조건.), 크리스마스 캐롤은 12월에만, 가을방학의 '이름이 맘에 든다는 이유만으로'는 5월과 6월에만(그 시기가 가장 잘 어울린다) 듣는다. 또 싱잉앤츠의 '가을'과 '고마웠어요 그때'는 내게 있어서는 가히 가을 헌정곡이다. 그래서 바람의 온도와 습도가 바뀌기 시작하는 시기가 오면, 난 플레이리스트를 바꿔야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이제 어떤 계절은 내게 노래로 찾아 온다.


 해가 떨어지면 공기가 서늘해지는 시절이 다가왔다. 싱잉앤츠와 가을방학을 번갈아 들을 때가 온 것이다. 창문을 열고,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너의 손잡고 여행처럼 걷고 싶*은 계절이다.




* 싱잉앤츠,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