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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

장례식장에 노래가 나온다면

 

 

 

내 방을 흰색으로 칠해주오

 

 

내 방을 흰색으로 칠해주오
작은 장미 꽃송이와 함께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릇 소리는
초인종으로 달아주오
천정엔 하늘과 구름 그리고 바람
추억을 담은 단지도 예쁜 것으로 해주오

내 방을 흰색으로 칠해주오
작은 장미 꽃송이와 함께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릇 소리는
초인종으로 달아주오

시간의 고동소리 이제 멈추면
모든 내 방의 구석들은 아늑해지고
비로소 텅 빈 것을 꼭 껴안아
한없이 편안해지네
돌덩이가 된 내 슬픔이 내려앉으면
꽃이 되어버렸다고 말들 하겠지

시간의 고동소리 이제 멈추면
모든 내 방의 구석들은 아늑해지고
비로소 텅 빈 것을 꼭 껴안아
한없이 편안해지네

 


 

 내 장례식에서 노래가 흐를 수 있다면. 이라는 명제에 대해 나는 골몰하는 날이 잦다. 으레는 샤프의 '연극이 끝난 후'를 꼽고는 했는데, 김창완의 '기타가 있는 수필' 앨범을 들은 뒤로는 이 노래를 고르지 않을 수 없었다. 죽음이 내게 이런 식으로 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 작은 장미 꽃송이와 함께 내 방을 흰색으로 칠해주는 심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노곤해진다. 앨범에 수록된 모든 노래를 좋아하지만 이 노래는 필히 내 장례식에 나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