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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

좋아하던 것을 아주 잃어버리게 되었다고

 어제는 2021년 3월 9일.

 작년 시월 그룹 소속의 아티스트 '정바비'가 불법 촬영 및 성폭행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것이 언론을 탄 이후로

 나는 가을방학의 노래를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다.

 가을방학을 좋아했다. 좋아하는 가수에 대한 질의가 나오면 반드시 답할 만큼.

 그룹이 결성되던 때부터 좋아했고, 앨범이 나올 때마다 더 더 더 더욱 좋아했다.

 참 좋아했다. 내 세계를 구성하는 많은 것들이 그들의 작업물이었고.

 그리고 어제는 계피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체 사실을 밝혔다.

 이제 가을방학은 공식적으로 없다.

 본래 4집 발매 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해체라고 말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오랜 팬으로서는 참 슬픈 일이지만.

 구성원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그 그룹에 대해 순수한 슬픔을 느끼거나

 순수하게 기억할 수 없게 되었단 게, 그게 미치도록 서러웠다.

 19년 다잘콘을 다녀온 뒤 많은 힘을 얻었다.

 앞으로 내 인생의 모든 연말을 다잘콘으로 채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20년에는 역병이 창궐했고 (애초에 공연은 계피만 하고 있었고 나는 계피의 개인팬이라고 보아도 무방) 구성원이 기소됐다.

 공식적으로 19년 다잘콘이 그들의 마지막 연말 공연이 되었다.

 막막하고 슬프다.

 슬프지만… 계피의 문장들이 나를 오래 위로해주었다.

 나는 이제 씩씩하게 계피의 신곡을 기다려야지.

 "누가 쓰고 누가 불렀든, 노래로 위안받았던 순간의 기억은 무엇에도 침범받지 않을 오로지 여러분의 것"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의 노래를 10년 넘도록 사랑했다.

 그건 기쁜 일이다.

 진심으로 계피의 '다음'을 기다린다.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

 

 영면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