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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

버드 박스 / 수잔 비에르

 뭐든 다 잘하는 산드라 블록, 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영화. 멜로, 드라마, 스릴러, 액션… 모든 장르에 능한 50대 여성배우 주연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벌써 재밌는데 장면 장면들의 짜임새도 좋다.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비추는 방식인데, 과거 장면이 가지는 밀도가 무척 훌륭해서 바들바들 떨면서 봤다. 재난 상황 속 폐쇄된 공간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벌이는 모든 사건사고 감정 충돌… 아포칼립스물에서 흔한 부분이니 만큼 결국 다 매무새의 문제인데 재미있게 잘 담아냈다. 


 생각이 많아진 지점은 B.D.웡이 연기한 '그렉' 캐릭터. 용감하고 지혜로운 평균 소득 이상의 아시아인 게이 남성인데, 설정은 참 좋은데 사용하는 방식에서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게 한다. 소수자성을 지닌 인물이 일찍 퇴장하는 선역 캐릭터와 오래 등장하는 악역 캐릭터 중 어느 쪽을 맡는 게 정치적으로 올바른지… 이 생각을 오래 했다.


 이건 반쯤 농담이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죽은 사람의 이름을 붙여주는 것도(ㅋㅋ) 잠깐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었음. <해리포터> 마지막 시리즈 속 엉망진창 빙글뱅글 네이밍 센스와도 연결되는 부분인데(애들 단명하겠다고;)… 그냥 깊게 생각하지 않고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지, 선에서 마무리.


 원작이 소설이라던데 시간 날 때 한 번 읽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