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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

공동정범 / 김일란,이혁상

 참상에 대한 기억은 늘 상흔을 남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용산 참사에 관한 내 지식은 얄팍하기 그지 없다. 몇 해 전 본 영화 <소수의견>이 그 사건의 일부를 모티브로 차용하였고, 그 때문에 당시에 인터넷 위키 백과를 잠깐 살펴봤던 것이 다였다. 내 인생에 있어 용산 참사란 지나치게 멀고, 애초 가까이 가볼 일도 없는 것에 가까웠다. 나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을 두어 번 오가며 살았다. 서울에서 발생하는 대다수의 사건사고를 잘 알지 못하는 것은(사실 내가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서울중심적인 한국인의 사고가 싫다는 건데… 이 부분이 곡해되어 전달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용산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내 세계에 용산 참사가 들어올 리가 없다. 


 지난 19일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의 최신화에서는 어느덧 10주기를 맞이한 용산 참사를 다뤘다. <공동정범>이 용산 참사에 관한 영화라는 것을 알음알음 전해 들은 기억이 있었고, 지난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른 영화라는 것도 알고 있었으므로 방영분을 본 직후 곧장 VOD를 찾았다. 단순히 레퍼런스를 따온 극일 거라고 상상했던 영화는 다큐멘터리였고, <그것이 알고 싶다>에도 출연했던 실제 당사자들이 주연으로 나온다. 동물원 이야기가 두 번이나 등장해도, 나는 그때마다 울었다.


 2009년 그날, 그 현장에 집중할 것 같은 영화는 연대파(09년 당시 용산 외 지역 철거반대주민들로, 용산 측 투쟁에 연대하여 참여했다)와 용산파로 갈린 참사 당사자들의 모습을 통해 극적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우리로 하여금 사건 그 이후를 바라보게 한다. 둘로 찢긴 당사자들 간 오해와 앙금이 풀리며 함께 진상 규명을 위한 유의미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의 카타르시스는 근래 봐온 모든 갈등 상황의 해결 중 가장 감동적이었다. 수평 폭력, 에 관한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책임은 '우리'가 아닌 그 위에 있다. 진압에 투입되었던 특공대원들에게도, 망루에 오른 철거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근본을 공격해야 한다고, 이걸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무지는 자주 부끄럽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특히나 많이 부끄러웠다. 초등학생 시절의 내가 뭘 알겠나 싶긴 해도, 더 많이 보고, 더 자주 깨어 있어야겠다는 생각. 앞으로는 결코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진실을 보는 것이 너무나도 상처가 되니까, 차마 들여다볼 수 없다고, 돌려 돌려 기억하고 생각한다는 이충연 씨의 말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누가 그 상처를 자꾸 헤집게 만드는지. 10년이 지났지만, 용산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